본래 4편에 압축되어야 할 내용이 늘어남으로써
루즈하게 되어버린 에뛰드입니다. 으잉~
연극 내용을 이렇게 두구두구하게 몰아가버려서 앞으로 써 나갈 걸 생각하니 끔찍할 지경이네요. 제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일을 벌여야 하는 건데 말입니다잉.
원래 계획에 없던 연극 덕에 계획에 없던 멤버들 이름이 등장했지만
어디까지나 주인공들은 1학년들이므로
3학년 중년층들이 나올 일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b!!!!!!!!
(그냥 제가 쓰기 싫은 거라 구박하셔도 괜찮습니다 ^_T)
뭐 그리하여 가을에 여름의 문턱을 쓰고 있는 녀석입니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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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Etude~op.5
“집어쳐! 그런 말 듣고 싶어서 하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
“그럼 도대체 뭐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는 건데? 내가 내버려두랬지.”
“내가 뭘 어쨌는데?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난 그날 이후로 항상 숨죽이고, 항상 참았고, 항상 기다렸어! 그런데도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정말 지겹다… 넌 질리지도 않지? 그 역겨운 자기동정.”
와우. 엄청 심각한 분위기. 기범은 휠체어를 밀면서 강당으로 들어섰다. 넓은 강당 위를 부드럽게 스치는 휠체어 바퀴는 큰 소리가 나지 않아 다행이었다. 공연의 스텝들도 모두 숨을 죽인 채였다. 혁재의 말을 끝으로 강당은 모든 소리가 멈춘 진공 상태 수준이다. 기범은 적당히 휠체어를 멈추고 려욱을 바라보았다. 옆으로 흘끗 내려다 본 옆 모습은 진지하게 둘을 바라보고 있다.
혁재의 마지막 단어에 동해는 그대로 표정이 바뀌어 멍하니 혁재를 바라보았다. 동해의 모습에 혁재는 자신의 말이 지나쳤다고 생각했는지 당황하여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심코 그런 동해를 진정시키기 위해 잡을 셈으로 뻗었던 손을 뭔가 깨달은 듯 멈췄다. 그리고 돌아서서 무대를 내려가는 모습에 동해는 발작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
“오케이- 여기까지 퍼펙트!”
“젠장. 소리 지르는 거 왜 이렇게 많이 넣어? 연습하다 목 쉬겠네.”
“대본 암기 체크만 한 댔더니 상황이 안 주어지면 기억이 안 난대서 리허설하게 만든 장본인이 하실 말씀은 아니군요,
“내참. 이름 하나 바꾼 걸로 이렇게 몰입 잘 할 거였으면 진작 바꿀 걸.”
“그러게 말이다~.”
“시끄러!”
진짜 싸우는 줄 알았다.
동해가 켁켁 거리며 하는 불평에 총감독이 토를 단다. 바로 옆에서 보고 있던 스텝 중 작가가 거들자 바로 어퍼컷을 날리는 동해.
역시 맨날 싸우는 사람 둘을 붙여 놓으니 뭐가 현실이고 가상인지 구분이 안 갈 지경이다. 그래도 평소에는 혁재가 항상 동해와 같이 말대꾸 놀이를 하다가 주먹질로 가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늙은이들 싸움이란 느낌은 들지만. 기범은 이미 대본을 읽어 저것이 상황 중 하나임을 알고 있었고, 쭉 혁재와 동해가 연습하는 것을 지켜 봐왔지만 역시 무서울 정도의 몰입을 자랑하는 빈정거림 장면이라 생각했다. 작가진은 이름을 바꾸자는 총감독(겸 총연출 겸 카메라감독)의 제안에 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씨부리냐며 시베리아 벌판에서 귤이나 깔 것을 권유했지만 한 번 테스트해보니 그때까지 입만 떼고 말을 못 하던 동해(그 후 발광은 필수 코스)와 연기 할 때만 정상에다 그 후엔 절망의 바다 심연에서 허우적거리던 혁재 모두 너무나 완벽한지라 반박할 수 없게 되었다.
“려-욱-아-!!!”
저도 있어요, 형.
기범은 발 빼고 도망가고 싶었다. 저 머리와 엉덩이에 뭔가 붙여주면 참 좋겠지만 그딴 생각을 입 밖에 냈다간 봉사고 자시고 척추 두 동강이다. 스텝들이 모두 놀랄 속도로 기범에게 다가온 동해는 려욱의 상체를 억지로 끌어당기더니 어깨에 얼굴을 비비적거리며 그 소(…) 혹은 개(…)같은 눈망울로 려욱을 올려다보며 아양을 떨기 시작했다.
…또다.
이미 익숙해진데다 질릴 정도로 본 동해의 애교인데 이게 참… 려욱이한테 하는 건 분위기가 많이 위험한 거다. 기범은 동해가 려욱에게 들러붙는 게 참 기분이 별로면서도 똑바로 볼 수가 없다. 왠지… 만화부 애들이 억지로 보라고 쥐어준 책들 중 뭔가 마리아님이 떠오르는 이 분위기는 도대체 뭐당까…. 동해에게 려욱을 부탁하고 기범은 잠시 강당 밖으로 나와 바람을 쐬…려고 했는데 문을 열자마자 들이 닥치는 열기에 숨이 막힌다.
역시 유월은 끝내주는 달이다.
“피게?”
“헉. 형. 뭐, 뭐뭐뭐 뭘 핀단 말씀….”
“말 놔도 돼. 난 이 더운데 나오길래 생각 있나 했지.”
“혀, 형…. 들키면 형 뒈질 거에요….”
“?????? 아…. …라이터 있냐?”
“(절레절레절레절레)”
기범의 강력 거부 빔 발산에 혁재는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
“우리 기범이…. 힘들지? 다 알아. 려욱이 보조하느라 고생 많은 거. 그러니 형이 좋은 거 줄게. 이리 와.”
“형…. 이, 이러지 마세요…. 우리 둘 지금 성격이 너무 바뀐 거 같-읍!”
늘 동해와 함께 있던 혁재인지라 이렇게 혼자서도 남을 제압할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언제나 동해나, 성민, 려욱에게 당해주기만 하던 혁재였다. 하지만 재앙도 손바닥이 맞아야 일어나는 법이거늘, 동해의 장난기가 모두 그 혼자에게서 나오리란 깜찍한 생각은 혁재가 일어나 기범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얼굴을 가까이 하며 부서졌다. 기범은 말을 채 잇지 못 하고 입에 물린 것에 꿈벅꿈벅했다.
“담배 말하는 줄 알았냐? 이거 초콜렛인데. 역시 17살을 다르네~. 귀여워.”
“(…키스하는 줄 알았다….)”
요즘 들어… 자신이 왠지 위험한 상상을 자주 하는 것 같아 기범은 혁재의 말에 여전히 막대기 모양의 초콜렛을 우물거리며 에헤헤 웃었다.
“연기 괜찮았어?”
“아- 예! 놀랐어요. 그렇게 리얼할 줄은…. 근데 평소에는 늘 같이 다니시면서 왜 지금은…?”
“글쎄… 쌍둥이라고 언제나 같이 다니면, 지겹잖아.”
“…지…겨워요?”
“…….”
기범의 질문에 혁재는 별 대답 없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어쩐지 힘겨운 느낌이 묻어서, 기범은 더 이상 질문을 하지 못 했다. 어쩐지, 방금, 혁재의 진짜 표정을 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순간 또 성민의 섬뜩한 표정이 생각나서 움찔. 고3이라고 안경을 늘 쓰고 다니는 성민은 정말~ 싸늘해 보여서 무섭다. 등골이 서늘하다.
**
쉬는 시간이 끝나고 강당으로 되돌아간 혁재와 기범의 앞에 있는 건 스태프에게서 얻은 대본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기다리는 려욱과 그 옆에서 의기양양하게 서 있는 동해였다. 마치 ‘이제 니넨 다 죽었어-! 두고 봐라! 나만 잘못했다고 막 뭐라 그랬지? 너네도 잘한 거 없거든?’…라고 말하는 표정이었다. 옆의 려욱은 둘을 보며 온화하게 웃고 있었지만 혁재는 알 수 있었다. 묘하게 저 짜증난 공기… 묘하게 저 화가 난 공기… 기범아, 살아 남거라….
혁재는 진심을 담아 기범의 어깨를 두드려주었지만 기범은 왜 혁재가 그러는지 이해하지 못 했다. 물론 착각인지 이상하게… 려욱 주변의 공기가 싸~한 거 같긴 한데…. 동해의 발랄함을 보아하니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 테고… 아 단언하긴 좀 힘들겠다. 동해의 감각은 일반인들이 느끼는 거하곤 아주 약간~ 틈이 있으니 말이다.
기범과 려욱은 둘의 배웅을 받으며 강당을 빠져 나왔다. 나오자마자 번쩍! 하고 비치는 쨍쨍한 유월의 햇빛과 햇볕에 기범은 눈살을 찌푸렸다.
“기범아.”
“어?”
“저녁 먹고 3학년 교실에 가자. 성민이 형이 보고 싶네.”
………… 응?
「려욱이한테 대본 내용 말하지마.」
“…왜…왜?”
“아니다. 오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교실로 도망칠 수도 있으니까.”
어쩐지… 오늘, 사방이 무너진 모래섬 위에 버려진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기범은 자신을 향해 덮쳐 올 거대한 운명의 해일에 뭉크의 그림처럼 소리 없는 비명을 마음 속으로 질러야만 했다.
**
그리고 오지 말았으면 하는 시간은 오고야 말았다. 기범은 기숙사에 기본으로 제공되는 책상에 앉아 있으며 뒤에 있는 사람들을 최대한 신경에서 제외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쓰고 있는 것은 무슨 글씨이며 무슨 내용인고. 그저 자신은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을 소리로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됐다. 마찬가지로 기본 제공되는 벽시계는 틱- 틱- 틱- 틱- 틱- 단 한 번의 쉼도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마치 티익- 티익- 티익처럼, 티익-하고 소리나는 그 시점이 괘명종 시계 종의 진자 운동처럼 육중하고 무겁게 느껴진다.
대화는, 성민이 밝은 모습으로 방문을 열고 들어와 려욱이 맞아준 후, 성민이 자리에 앉아 기범이 내 준 차를 기범을 향해 짓는 늘상 불쾌하고 못마땅한 표정을 지은 후 려욱을 보며 상큼하게 다 마시고야 시작됐다. 그리고 기범이 차를 내준 후 자리에 앉아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는 책을 마구 잡이로 펼친 후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멎을 때쯤 려욱의 한마디와 함께 방은 이 상태다.
「대본 아주, 잘, 읽었어. 성민이 형.」
등에 꽂히는 이 따가움은 자신을 향해 보내는 성민의 저주 텔레파시인가… 하, 하하, 하하하. 기범은 ‘실성한다’는 단어를 실제로 배우게 된 자신의 무신경함을 저주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병신! 머저리! 왜 그걸 못 말려 갖구…
“기범이가… 그랬어?”
“숨겨봤자 문화제 땐 알았을 텐데? 그리고… 어차피 내가 O.S.T.담당이야.”
“……뭐?”
“예성이 형이 울면서 부탁하는데 안 들어줄 수 없잖아.”
“하지만 그건 2학년이-“
“물론 난 일부지. 대본을 띄엄띄엄 장면만 제시하고 만들라 길래 오늘 일부러 가본 거였어. 그리고 원본을 받은 거고. 형, 내가 언제 이런 짓 하랬어?”
기범은 안 돌아볼 수 없었다. 려욱의 폭탄 발언에 저도 모르게 몸이 홱 돌아갔다. 누가 봐도 악질적인 그 대본을 성민이 쓴 거라고??????????????????
“악-!!!!!!!!!!!!”
“병신…”
“괜찮아, 기범아?”
몸이 돌아갔다 생각했는데 긴장이 덜 풀린 모양이다. 기범은 목을 잡고 눈물을 줄줄 흘려야 했다. 눈에 별이 보였다, 순간…. 무리하게 돌린 목으로 인한 갑작스럽고도 급박한 고통에 기범은 한 손은 목을 잡고 남은 손은 주먹을 쥐고 허벅지를 내리쳐야 했다. 바보스러운 풍경에 솔직한 발언을 한 죄로 성민은 려욱의 째림을 받아야만 했다.
“그거 형이 쓴 거였어요?! 아, 아으…”
“그래. 문제 있냐?”
“형….”
“…내가 쓴 건 아니고. 희철이가 멋대로 한 거야.”
“그래… 형이 당당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겠지.”
“그 자식은 악마야! 나도 그 자식이 당선된 후에 보여줘서 알았어!”
성민이 억울하다는 듯 말하자 려욱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기범은 메모리를 다시 점검했다. 희철이…희철…희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집히는 게 없다. 기범이 의아한 눈빛을 띄자 성민은 질색한 표정을 지으며 침대에 앉은 채 등을 벽에 기대었다.
“있어. 남한텐 관심도 없는 주제에 재미 있어 보이는 거엔 환장하는 놈. 악마의 화신이지. 젠장- 내가 그 놈한테 당해왔던 거 생각하면 진짜 이가 갈린다. 내가 죽을 때 유언을 남긴다면 그 자식한테 못 갚은 게 많아서 한스러워서 남기는 걸걸. 악- 고등학교를 하필 같은 곳에 올 줄이야!!! 대학교는 반드시, 반드시 반드시, 찢어지고 말 거야!”
생각만해도 이가 갈리는 지 점점 흥분하기 시작한 성민은 기범을 향해 앉아 핏줄이 튀어나오도록 주먹을 쥐었다. 분을 못 참겠는지 위 아래로 주먹을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기범은 저러다 자신을 때릴까 두려웠는지 의자에서 고개를 계속 뒤로 뺐다.
“희철이 형이 원작자니, 동해 형도 따를 수 밖에 없었겠지. 뭐라 해도 늘푸른의 진짜 광견이니까.”
“난 솔직히 동해가 이딴… 이딴 사람 갖고 노는 대본 따위 안 했으면 좋겠어. 하지만 선생님들이 정한 주연을 물릴 수도 없고- 이건 재해들이 그냥 벌이는 장난처럼 그만둘 수 있는 것도 아니고! …
“그 의사 선생님의 메일은… 읽어봤어. 통화도 해 봤는데 허투로 충고한 건 아닌 모양이야. 너무 걱정하지마….”
“려욱아…… 난 정말….”
“잘 될 꺼에요!!!!!!!!!!!!!!!!!!”
“?!?!??!????????!!!!!!!!!!!!!!!!!! 이 자식이~!!!!!!!!!”
려욱의 품에 안겨 토닥거려지는 성민의 등을 덮친 것은 거대한 기범 나방이었……
나방치곤 좀 크니까 포대기라고 하는 게 좋겠다. 아무튼 언제나 려욱이 우선이라 성민이 재해에도 나름 신경 쓰리란 생각을 못 했던 기범은 앞으로도 성민에겐 려욱만이 우선이므로 재해들은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게 정답임을 모르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지도 모르겠다.
한마디로 성민은 그냥 재해들의 연극으로 려욱이 받을지 모르는 상처만이 걱정거리였단 거다. 동해의 사정 따위 알게 뭐냐. 그보다 집안 대소사가 그딴 시나리오 나부랭이로 유출되는 게 더 불쾌한 성민이다. 그러나 려욱이 OK 해버렸으니, 연극이 제대로 안 될 경우 일어날 재해의 위험부담은 … (성민)X(희철)X(알파)가 되어 버렸다. 이건 진짜 눈덩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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