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 속성을 보니 이 소설은 올해 1월 말에 작성했더군요. 지금보단 여유가 있던 시기였네요. 멤버들이 컴백했지만 저는 정신적으로 바빠서 (몸은 그닥 바쁘지 않아요 ㅋㅋ) 소설이라는 자체에 신경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덕분에 마이 에뛰드는 12월을 기약했으나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고 ... 지금으로 봐선 아예 연중을 하는 편이 편할지 생각합니다. 굳이 소설 말고도요.
아무튼 제가 개인적으로 등장 멤버로 생각하는 분은 성민씨, 동해씨, 려욱이 정도입니다. 누가 누구일진 개인적 인상에 맞춰 넣어보세요. 단 한 번도 누가 나오거나 하지 않으니, 본인을 넣으셔도 관계는 없겠죠. :-)
교체한대도 혁재씨 정도일까요? 그정도군요.
그럼 언제나 그렇듯 건조한 문체입니다. 개그가 아니니 몸개그를 기대하신 분께는 깊이 사죄드려요.
p.s. 근데 려욱이를 태그로 넣는데 과거사진이 가깝게 뜨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는 이런 걸로 절 웃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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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사람은 여유가 많아서 좋을 게 없다. 그 대표적인 예로, 나는 요 근래 며칠 동안 아무런 할 일이 없었다. 물론 일상적인 생활은 굴러가고 있었지만, 거기에 첨가될 부 재료가 부족했다. 눈코 뜰새 없이 바빠서 다소 욕구불만이나 짜증이 극에 달해 있던 지난 달이 무색하리만큼. 11월에 걸맞은 어두운 하늘은 무채색한 생활을 더욱 짙게 만든다. 도저히 어떤 색도 첨가될 수 없다.
어릴 때 할머니가 왜인지 노란 식용 색소를 가지고 있었다. 꽤 작은 직사각형의 비닐에 담겨 있던 노란 가루는 우리 집에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곧 버려졌다. 흑설탕이나 갈색 설탕 느낌이 아니라 노란 페인트를 가루로 만들었다면 그럴 만한 느낌의 색이었다. 그걸 먹었더라도 아마 내가 살아오는데 크게 지장은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까지 레몬맛 사탕이 건 바나나 맛 사탕이건 바나나 맛 우유건 노란색이 들어간 식품들을 잘 먹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색이 향을 만들어 내는 건 아니듯 그 가루의 맛은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맛도 없었을 테니 아마 모래가 입안에서 녹는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어쩌면 동생이 먹었던 크레파스와 비슷한 맛일지도 모른다. 동생은 크레파스를 먹고도 아무렇지 않아 했으니까.
다만 지금은 그런 억지스런 색이라도 쑤셔 넣고 싶을 만큼 내 생활은 따분하다. 사람을 만나고 얘기를 해도, 앞으로의 일정을 짜보아도, 얼마 남지 않은 일을 미리 해봐도 막연한 연기를 보는 것처럼 허무하다.
세상에는 어떻게 해도 교화할 수 없는 놈들이 있다. 그게 굳이 범죄의 분류에 들어가지 않는 행위일지라도, 사람의 마음을 들쑤셔 놓는 그런 놈들 말이다. 본능인지 천성인지 어디서 주워 배운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남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도 아무렇지 않은 놈들이 있다. 왜냐고? 그게 잘못인지 모르니까. 어린 나이에는 그런 게 있어 보일지 모르지만 나이 들면 다 허세다. 소위 쎈 척이라고 하지.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나쁜 남자’나 ‘못된 여자’나 딱 잘라 말하면 그냥 철이 덜 든 것뿐이다. 걸리면 그냥 운이 없으려니, 해야 한다.
자, 당신이 그런 엿 같은 사람을 좋아하게 됐다. 그 사람의 곁에 있기만 해도 좋고 원하는 건 다 들어주고 싶다. 그런데 이 사람은 영 당신을 좋아하는 것 같지 않다. 만나긴 만나지만 웃는 모습 보기가 힘들고, 당신을 위해 뭘 해주는 것도 기대하기 힘들다. 사귀는 것 같긴 한데 전과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고, 전과 같지도 않다. 아주 어정쩡하다. 왜냐면 처음부터 북치고 장구친 건 당신이었으므로. 그렇게 헛되이 시간을 밑 빠진 독에 부은 당신은 보상도 받지 못 하고 결국 버려진다.
겨우 회복하고 나서 어느 날 친구와 약속을 잡고 쇼핑하러 갔다. 목적지 역의 지하철에서 내린 당신은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사람이 많은 역이라 옆에 어떤 사람이 섰는데 그 사람의 벨이 갑자기 울리는 바람에 무심결에 옆을 봤다. 그 사람은 바로 당신을 버렸던 사람이다. 자, 이럴 때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1. 어색하지만 일단 인사를 한 후 헤어진다.
2. 모르는 척 한다.
3. 드라마처럼 커피숍에 들어가 그간의 이야기를 듣는다.
권고할 만한 사항은 2번이다. 당신이 그 사람에게 정말 시달렸고 복수할 생각을 몇 날밤씩 생각했다면 더 엮여서 좋을 게 없다. 1번의 경우 내 생각엔, 당신이 꽤 신사적인 사람일 확률이 높다. 헤어지고 며칠은 생각 나겠지만 인사를 할 여유까지 갖췄다면 회복된 상태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지금 나의 상황은 3번이다. 아주 고역스럽다. 연락이라곤 한 번도 안 했던 인간과 이렇게 마주보고 커피를 홀짝이고 있자니 이게 커핀지 요구르트인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이 커피도 상대방이 사는 것으로, 다짜고짜 ‘넌 이거 좋아했잖아. 그렇지?’하며 친근하게 말 걸어오는 것도 거북하다. 내 친구가 몰카라도 하려고 이 인간을 불러왔을까 싶을 지경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내 주변에 내가 이 인간과 사귀었다고 생각한 사람이 없다.
“요즘… 잘 지내?”
“…잘 지내고 말고지. 이 동네가 늘 그렇잖아?”
“말투는 여전하구나. 처음 봤을 때 같다.”
“그래. 너도 여전해.”
아, 내가 이 인간에 목매달았던 걸 아는 사람도 없다. 우리의 연애란 건, 아주 짧게 스치듯 지나간 노래의 선율과 같았다. 그것도 통속적인 싸구려 복사 파일 같은 노래. 기억에도 남을 수 없고, 하드디스크에 파일로 저장해 둘 가치도 없는, 말하자면 최근 동영상을 보기 전에 나오는 광고의 씨엠송 같은. 욱, 당장이라도 아가페성의 도도가 튀어나올 것 같아.
“연락 한 번도 없었지.”
“소식은 지긋지긋할 만큼 잘 듣고 있었어.”
“왜 난 못 들었을까?”
“- 들어서 좋을 일도 없었어.”
아이스로 시키길 잘 했다. 뜨거운 거 마셨으면 짜증났을 뻔한 상황이다. 버림받은 후 스스로 우리의 이별을 인정한 그 날, 나는 핸드폰 번호를 바꿨고 싸이, 메일의 비밀번호를 바꿨고 통장을 해지하여 다른 은행으로 구좌를 옮겼다. 너를 떠올릴 수 있을 만한 물건을 내 방에서 모두 내다 버리거나 팔아 치웠고 사진 파일은 모두 삭제했다. 이별을 받아들인 순간 내게 남은 것은 구질구질하게 너에게 매달렸던 나의 모습뿐, 너에 대한 나의 사랑은 그 정도였다.
네가 나의 정보를 알 수 있을 만한 루트는 모두 차단했다. 내 일상에서 너라는 사람을 분권하듯 잘라내길 원했기 때문이다.
“보고 싶었어.”
“농담이 늘었구나?”
“없어지고야 알았어.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고 있었는지.”
“…….”
다시 커피를 마셨다. 이번엔 아무 맛도 못 느끼겠다. 물을 타 먹을까? 목구멍만 차갑다.
아마 이전의 나였다면, 최소한 너와 나의 이별을 받아들이기 전의 나였다면. 너의 그 말에 네 눈동자를 보며 나는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네 얼굴이 싫어 돌렸던 시선을 다시 너에게 향해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스스로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내 마음이 시려올 정도로. 화가 나지도 않아. 아주 징글징글해서.
아마 다른 사람에게 가서도 너는 똑같이 그 싸구려 오디오 파일을 재생하겠지. 사랑? 네가 사랑한 건 내 통장에 남아있는 잔고겠지. 아니면 이번 월급의 보너스던지. 것도 아니면 내 방의 보증금일까? 천하의 너도 많이 죽었구나, 나한테 매달리는 너는 상상도 못 했어. 아니 상상은 많이 했지. 하지만 상상만큼 재미는 없다. 이건 뭐 감동도 없고 신선하지도 않고 어쩌라는 건지. 삼류 신파극 작가도 너보단 그럴싸한 말을 했을 거야. 방금 네 대사는 일일 연속극에나 나올 대사란 거, 알아?
다소 직업병 적인 생각을 하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다시 얼굴을 보면 흔들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이제 이 녀석이 나와 같이 자신을 기다릴 어린 양들에게 정말 똑 같은 구원의 말을 하사할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그건 예수의 역할이지, 너처럼 사이비가 할 말은 아닐 거야, 그렇지?
“네 사랑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지?”
“…증명?”
“그래, 증명.”
“사랑은 증명하는 게 아냐. 마음이란 그렇게 공식 떨어지듯 답이 나오는 게 아니잖아.”
“…….”
나는 순간 비웃음이 나올 뻔했다.
야, 아무리 그래도 내가 작업 걸 때 쓰던 말을 똑같이 반복하면 내가 너무 민망하잖아. 아마 넌 평소 습관대로 좋은 말이면 그저 기억해뒀다가 아무에게나 써먹는 습관이 발동한 거겠지만 말이야. 아니면 최근 내 드라마를 본 거냐? 거기서 서브가 방금 너랑 똑 같은 대사를 쳐. 그래. 사람들은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궁금해하지 작가까지 궁금해하진 않지. 특히 너처럼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는 족속들이 더 하지.
아마 내 마음이 동했다면 너의 기억력에 감동했겠지. 내가 했던 말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구나, 하며. 네 어장의 수많은 물고기들이 그 대사를 똑같이 들었다는 정보만 내가 수집하지 않았다면 그랬을 거야. 어떻게 하나부터 열까지 기대를 빗나가지 않는지, 하, 귀신 같은 사람.
“재미있어?”
“?”
“만약 네가 나한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었으면, 우린 최소한 이것보다 빨리 만났어야 정상이지. 넌 날 찾을 의지도 없었고 그럴 생각도 없어. 그냥 지금 여기에 있는 게 너와 나이기에 네 그런 말을 듣는 게 나일 뿐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말 그대로야. 내가 아니더라도 넌 잡았을 거야. 그리고 또 같은 말을 했을 거고. 참, 유영 선배는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그 선배 몇 주 전에 결혼했거든. 아무리 그래도 간통죄로 잡혀가는 건 보기 안 좋잖아?”
“아, 누나 결혼했구나….”
“계산은 네가 해라. 사귀는 동안 네가 쓴 내 카드값에 비하면 턱 없이 모자라. 옛정을 봐서 그 정도는 해야지?”
더 늦으면 지금 모시는 분이 화낼 것 같아서, 나는 그만 자리에서 코트를 챙겨 일어났다. 목도리를 다시 매고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는 녀석을 향해 씨익 웃어주었다. 내 입 근육이 내 명령대로 상큼한 미소였는지 썩소였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먼저 일어나리란 생각을 못한 녀석에겐 어떤 표정이건 쇼크였던 모양이다.
“그리고 아메리카노는 진영이가 좋아하는 거였지? 특히 아이스 아메리카노. 영국으로 떠난 애 취향을 나한테 뒤집어 쓰면 되겠어? 그리고 자판기에서 음료수 고르듯 사람 쉽게 생각하는 건 좀 고치는 게 좋겠어. 동창회에서 보자구, 바이바이.”
“…….”
돌아서서 그대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느리게, 하지만 빠르게. 조금의 틈이라도 허용하면 카페에서 신파극 찍을 위험이 있다. 아마 더는 내 정신도 버티지 못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유리문을 열고 나오니 발 뒤에는 딸랑거리는 종소리만 남는다. 유리문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잠시 겹치더니 멈췄다. 커피숍 건물을 빠져나오니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광경에 숨이 막힌다. 이 인파를 뚫고 나갈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프다. 마침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어디야?”]
“아… 여기.”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 녀석이 이끄는 대로 그저 따라와 버려 여기가 어딘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거리로 나왔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한가운데에 서서 주변 건물들을 살펴 보았다. 여러 건물들의 간판을 훑어보며 나는 길을 모르겠노라 그에게 말했다. 그는 잠시 목소리 톤을 짜증스럽게 바꾸더니 나에게 기다릴 것을 주문했다. 나는 그러겠노라 하고 다시 그 건물의 입구의 구석에 섰다.
거 봐. 역시 안 나오잖아. 넌 항상 그런 식이야. 하지만 이번엔 내가 가지 않을 거야. 우린 여기서 끝내야만 하니까.
문이 열리며 들리는 종소리와 함께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그리고 너는 나를 알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섞여 지나쳐갔다. 그래, 이 정도가 딱 괜찮지.
나를 찾은 적 있어? 내가 널 찾은 적은 많아. 하지만 결국 너나 나나 서로를 찾아내진 못 했어. 그게 우리의 비극이지. 내가 있는 곳을, 네가 있는 곳을 우린 몰랐으니까. 그래서 우린 헤어진 거야. 너와 헤어진 것도 잘된 일이지만 그 전에 만나지 않는 편이 좋을 걸 그랬어. 결국 넌 나를 돌아보고 나도 네가 돌아봐주길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돌아본 그와 눈이 마주친 나는 가만히 서 있었다. 나를 원망하는 듯한 그 눈동자를 피하지 않고서. 그가 말을 할 것이라는 느낌과 동시에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왜 이런 데 온 거야? 길도 모르면서. 길치야! 바보!”
“네, 저는 바보입니다. 당신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천치예요.”
“야- 치사하게! 같이 가! 날 고생시켰으니까 밥 사줘야 돼, 알았지~?”
“그럼 오늘 우리 집 와서 밑반찬 해주고 가.”
“으이그- 알았어. 근데 왜 여기 온 건데?”
집요하긴.
“상처에 연고를 발라야 했거든.”
“또 시 쓴다. 쯧쯧.”
“응. 좀 비싼 연고라서 오늘 겨우 샀어.”
혀 끝에 남은 차가운 커피 맛이 씁쓸하다. 안녕, 나의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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